수여산 복여해 (壽如山 福如海)

어느새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름 더위가 찾아노는 바람에 차 자리로 향하는 옷차림이 훨씬 가벼워졌다. 이번에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다도의 ⌜다⌟자도 모르던 필자가 점점 차 맛이 그리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반가운 변화였다.
차 자리는 계절이나 그 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들에 의해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의 크고 작은 행사나 일상에 변화가 생겼을 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서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아프면 쾌차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차 자리를 갖기도 하고, 지인이 이사하거나 집을 지었을 때는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며 함께 차를 마신다. 우리의 네번째 차 자리가 그러했다. 원행 스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하는 조 선생 부부가 새 보금자리로 이사한 것을 축하하고, 더불어 부부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함께 했다. 사실 조 선생 부부와 원행 스님의 인연은 조 선생의 남편인 한 선생이 먼저였다고 한다. 하지만 차 자리를 함께 할 때마다 본 조 선생의 열정으로 말한다면 원행 스님과 조 선생이 조금 더 가깝게 보였다. 그 이유는 스님의 움직임에 한발 앞서 척척 보조를 맞추는 것은 조 선생을 따라갈 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차 자리에서도 원행 스님과 조 선생은 언제나 그랬듯이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