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정수를 맛보다

차 자리를 시작한 후 두 번째 봄을 맞이했다. 처음 차 자리를 가졌을 때 느꼈던 어색함은 사라지고 서로 안부를 물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는 사이 우리의 모습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했다. 어색하고 긴장되었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차와 다기를 대할 때마다 조심스러웠던 손길은 익숙해졌다. 특별하게만 느껴졌던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차 자리를 시작하며 우리는 책 제목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의견을 주고받았다. 몇몇의 의견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원행 스님이 제안한 ⌜다반사⌟로 의견이 모아졌다. 차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특별하게만 받아들이기 보다는 편안한 일상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스님의 바람이 담겼다. 그 사이 차를 대하는 우리(필자와 사진작가)의 태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낮설고 어설픔에서 편안하고 익숙함으로의 변화. 물론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차를 기다리는 마음은 처음처럼 설레었다. 그래서 우리의 차 자리는 언제나 봄이다.